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내무부는 17일(현지시간) 시위 참가자를 55만 명으로 집계했고, 노동총동맹(CGT)은 전국 1750곳에서 80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과 노동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거리로 나온 배경에는 하나의 불만이 아니라 여러 생활 문제가 겹쳐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 환경의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치솟는 생활비와 중동 전쟁 여파로 오른 연료 가격, 정부의 긴축 재정에 반발했습니다. 생활은 팍팍해지는데 공공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이며, 정부에 대한 분노로 번진 것입니다.
행진은 처음부터 폭력적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파리에서는 국가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며 평화롭게 행진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일부 지역에서 분위기가 격해졌습니다.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경찰에 폭죽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대응했습니다. 마르세유에서는 상점 약탈과 공공건물 파손이 발생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화재와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이런 과격 행위가 거리로 나온 모든 시민의 행동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위의 출발점은 교육 환경과 생활비, 긴축 정책에 대한 폭넓은 불만이었고, 일부 지역에서 충돌과 약탈이 벌어지며 사태가 격화됐습니다. 이번 상황이 2018년 유류세 인상과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생활고에 대한 분노가 커질수록 사회적 요구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프랑스를 넘어 유럽으로, ‘거리 뛰쳐나온 55만명’…분노로 들끓는 유럽 왜
프랑스에서 시작된 분노의 물결은 이탈리아와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로 번졌습니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요구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생활비 부담과 부족한 공공 서비스, 주거난이라는 공통된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물가 상승과 낮은 임금, 부실한 공공 서비스에 항의하는 시위가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등에서 열렸습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한 가운데 이탈리아노동총연맹은 다음 달 20일 총파업을 예고했습니다. 노동계의 참여가 확대되면 시위가 경제 활동과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습니다.
벨기에에서는 공공 부채에 대응한 긴축 여파로 교육 예산 삭감과 고물가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 과격한 행동이 발생해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진압했지만, 학생들의 요구는 학교 환경과 공공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보여줍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치솟는 집값과 임대료가 거리 시위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특히 포르투갈은 주택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려 주거비 부담이 커졌고, 스페인에서도 강제 퇴거 사건을 계기로 주택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주거 문제가 일상의 불안을 넘어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유럽 전역의 갈등을 키우는 배경에는 저성장과 고령화, 막대한 국가 부채가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출을 조이려 하지만, 시민들은 생활고를 덜고 공공 서비스를 개선할 지원을 요구합니다. 정부의 긴축과 시민들의 지원 요구가 정면으로 맞서는 셈입니다.
이 충돌이 잠잠해질지는 각국 정부가 생활비와 주거난, 공공 서비스 문제에 얼마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한적인 지원에 그치면 불만이 다시 쌓일 수 있고, 파업과 시위가 확대되면 선거와 정권 운영을 흔드는 정치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 불태우고 약탈’ 같은 과격한 장면만으로는 유럽의 분노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 이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비와 줄어드는 공공 지원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79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