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과 활용 방식은 몇 달마다 바뀌는데, 이를 뒷받침할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립니다. 시놉시스의 사신 가지 CEO가 전한 “9개월보다 짧은 개발” 요구는 이 시간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업계의 압박을 보여줍니다.
AI가 학습과 추론을 넘어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로 확대되면서 반도체가 처리해야 할 연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칩을 개발할 당시 예상한 작업과 실제 사용 환경의 요구가 빠르게 어긋날 수 있는 것입니다. 가지 CEO는 시스템 기업들이 AI 연산에 맞춰 반도체를 3~4개월마다 최적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기존의 개발 주기를 흔듭니다. 반도체 기업들은 개발 기간을 18개월에서 16개월, 14개월, 1년으로 단축하려 하지만, 고객이 바라는 속도는 그보다 더 빠릅니다. 오래 쓰는 범용 칩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작업에 최적화한 칩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일부 맞춤형 반도체의 사용 수명이 2~3년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이런 흐름을 보여줍니다.
결국 ‘1년도 너무 길다…AI 시대 반도체 업계에 떨어진 특명’은 단순히 설계 인력을 더 투입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AI의 변화 속도에 맞춰 반도체를 더 자주, 더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도록 개발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AI가 바뀌는 속도와 칩이 만들어지는 속도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새로운 과제가 됐습니다.
1년도 너무 길다…AI 시대 반도체 업계에 떨어진 특명: 빠르게 설계하고 일찍 고장까지 잡아라
칩을 더 촘촘히 쌓으면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키지 안에 열이 갇히면 칩렛이 뒤틀리거나 깨질 위험도 커집니다. 설계 기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입니다. 실제 사용 중 어떤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느냐에 따라 열이 발생하는 위치와 시점이 달라져, 설계 단계에서 놓친 문제가 제품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놉시스가 지난해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 앤시스를 350억달러에 인수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회로를 설계한 뒤 물리적 문제를 따로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 초기부터 발열과 변형을 함께 시뮬레이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에 위험을 찾아내면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도 고장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을 도입하는 일만큼 조직을 바꾸는 일도 어렵습니다. 기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동시에 엔지니어링 조직 전체가 새로운 설계 방식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 시대의 반도체 개발에는 빠른 설계뿐 아니라, 물리적 위험을 일찍 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조직의 준비까지 필요합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49937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