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손수건이 다른 남자의 방에서 발견됐다. 오텔로에게는 불륜의 증거였지만, 그 손수건은 이아고가 꾸민 계략의 일부였다. 사실과 거짓을 섞은 한마디는 어떻게 전쟁 영웅을 파국으로 몰아넣었을까?
이아고는 오텔로의 부하 카시오가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부탁한 사실을 이용한다. 데스데모나가 남편에게 카시오를 도와달라고 청한 것도 사실이다. 이아고는 이 사실들 사이에 불륜이라는 의심을 끼워 넣어 오텔로가 스스로 잘못된 결론에 이르도록 유도한다.
결정적 단서는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다. 이아고는 손수건을 카시오의 방에 두고, 오텔로가 이를 보게 만든다. 오텔로는 우연히 옮겨진 물건을 계략의 증거가 아닌 불륜의 증거로 받아들인다. 이미 자리 잡은 의심이 손수건의 의미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이아고의 수법은 완전히 꾸며낸 거짓말 하나에 기대지 않는다. 실제 사실에 거짓을 섞고, 오텔로가 믿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완성한다. 의심을 심은 것은 이아고였지만, 그것을 확신으로 키운 것은 오텔로 자신이었다. 가짜뉴스가 힘을 얻는 순간은 거짓이 진실처럼 보일 때만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를 확인해주는 단서로 받아들일 때다.
오텔로의 비극은 가짜뉴스에서 시작… 아내의 불륜을 암시하는 뉴스[오페라 사회학] — 폭풍은 무대 밖에서도 계속된다
AI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넘치는 오늘, 오텔로의 비극은 낯설지 않습니다. 이아고는 사실과 거짓을 섞어 데스데모나의 불륜을 암시하고, 오텔로는 이미 마음에 자리 잡은 의심에 기대 그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입니다. 비극을 키운 것은 이아고의 계략만이 아니었습니다. 믿고 싶은 방향의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오텔로의 마음도 파국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베르디는 의심이 확신으로 부풀어가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려냅니다. 오페라는 거센 폭풍을 묘사하는 오케스트라로 시작하지만, 바다의 폭풍을 이겨낸 영웅 오텔로는 마음속 의심 앞에서 무너집니다. 이아고의 냉소적인 독백과 죽음을 앞둔 데스데모나의 고요한 노래가 대비되며, 진실을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묻히는 비극을 들려줍니다.
이 이야기는 오는 10월 10~1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만날 수 있습니다. 테너 그레고리 쿤데가 오텔로를, 바리톤 젤리코 루치치가 이아고를 맡습니다. 무대 위 폭풍을 따라가다 보면 질문은 객석까지 이어집니다. 더 무서운 것은 조작된 정보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진실이라 믿고 싶은 인간의 마음일까요?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56062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