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와 퀸, 아델이 녹음한 애비로드 스튜디오. 음악의 성지라 불리는 그곳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녹음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공간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음향이 건조해 놀랐다”는 것이 그의 첫인상이었죠. 그는 특히 느린 악장이 그 울림과 잘 맞았다고 말합니다.
한수진에게 ‘사계’는 악보 속 계절만을 옮기는 음악이 아닙니다. 두 살 때 가족과 함께 이주한 영국 맨섬에서 바다와 들판, 그곳의 생명들을 가까이하며 세 차례의 사계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자연을 온몸으로 경험한 기억은 계절을 생생하게 그려내려는 그의 해석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그 해석의 중심에는 악보에 적히지 않은 리듬이 있습니다. 한수진은 비발디 음악의 내면에 흐르는 리듬을 살려야 특유의 생동감이 드러난다고 봅니다. ECO와 함께 연주 방향을 나누고, 필요한 곳에만 비브라토를 더해 바로크 음악의 담백함과 오늘날의 다채로운 표현을 조화롭게 담았습니다. 피아졸라의 ‘사계’에서는 탱고와 재즈의 색채에 더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바닷바람 같은 감각을 그려냅니다.
턱 수술 뒤 6년간의 회복기를 지나 다시 녹음실에 선 한수진. 애비로드의 낯선 건조함은 그의 기억과 음악적 시선을 만나는 울림으로 완성됐습니다. 앨범으로 먼저 만난 두 작곡가의 ‘사계’를 무대에서 직접 들을 기회도 찾아옵니다. ECO는 10월 24일 통영, 25일 인천, 28일 대구, 30일 서울에서 한수진과 함께 관객을 만납니다. ‘英 비틀스 녹음실서 만든 사계’를 공연장에서 듣는다면, 같은 계절이 두 작곡가의 음악 속에서 어떻게 달리 피어나는지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英 비틀스 녹음실서 만든 사계, 10월에 직접 듣는다: 비발디의 폭풍우와 피아졸라의 바닷바람
같은 ‘사계’라도 풍경은 전혀 다릅니다. 한수진이 들려주는 비발디의 여름이 몰아치는 폭풍우라면, 피아졸라의 음악 속 바람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를 스치는 서늘하고 끈적한 바닷바람에 가깝습니다. 그는 두 작품의 계절을 어떤 감각으로 이어 붙였을까요?
한수진은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함께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녹음했습니다. 비틀스와 퀸 등이 작업한 음악의 성지에서 완성한 앨범은 ‘英 비틀스 녹음실서 만든 사계, 10월에 직접 듣는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한수진은 생각보다 음향이 건조한 공간이었다고 회상하면서도, 느린 악장과 잘 어울렸다고 말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에서 한수진이 주목한 것은 악보만으로는 다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리듬입니다. 그 리듬을 살려야 음악에 생동감이 깃든다는 설명입니다. 비브라토도 꼭 필요한 순간에만 사용해 바로크 음악의 담백함과 현대적인 색채를 함께 담았습니다.
피아졸라의 ‘사계’는 탱고 리듬과 재즈 요소가 어우러져 완전히 다른 세계를 펼칩니다. 한수진은 두 작품의 공통점이 ‘계절’뿐일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흥미로운 연결고리도 짚었습니다. 피아졸라의 겨울에 등장하는 비발디의 여름 모티프가 비발디의 곡에서는 폭풍우처럼, 피아졸라의 음악에서는 시원한 바닷바람처럼 들린다는 것입니다. 같은 선율도 작품의 정서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되는 셈입니다.
음반 속 두 세계는 10월 공연에서 무대로 이어집니다. 15년 만에 내한하는 ECO는 한수진과 함께 24일 통영, 25일 인천, 28일 대구, 30일 서울을 찾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뿐 아니라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라장조, 로시니의 ‘현을 위한 소나타’ 1번, 브리튼의 ‘단순 교향곡’도 연주할 예정입니다. 녹음실에서 빚어낸 사계의 계절감이 공연장에서는 어떤 바람으로 관객에게 닿을지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304347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