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집 처들어와 냉장고 털어도 말못합니다”…도심에 살림차리는 미국 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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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by 매일경제

한밤중 야생 흑곰이 창문을 넘어 침실로 들어오고, 주택 냉장고까지 뒤지는 일이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최소 15개 주에서 사람과 곰의 충돌 신고가 전년보다 증가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곰들이 갑자기 인간의 생활 공간을 찾기 시작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공격성 때문이 아닙니다. 숲에서 먹을 수 있는 자연 먹이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가뭄과 냉해가 바꾼 곰의 먹이 지도

미국 서부와 동북부, 남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과 늦봄 냉해, 이른 눈녹음 현상이 이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곰들이 주로 먹는 열매와 도토리, 풀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곰은 겨울잠을 준비하기 위해 짧은 기간에 많은 열량을 섭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숲에서 충분한 칼로리를 얻기 어려워지자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거리가 점점 길어졌습니다. 결국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람이 사는 주택가와 도심으로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올해 곰 관련 신고가 1만 건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보다 약 3배, 평년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입니다. 과거 특정 산악 지역에 집중됐던 곰의 출몰이 이제는 주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한 번 맛본 인간 음식, 쉽게 끊을 수 없는 이유

도심은 곰에게 손쉽게 고칼로리를 얻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쓰레기통과 새 모이통, 반려동물 사료는 물론이고 주택 안의 음식과 냉장고까지 곰의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곰이 인간의 음식을 한 번 경험하면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숲에서 열매를 찾는 것보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집 안으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열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동은 어미 곰을 통해 새끼에게도 학습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거주지를 위험한 장소가 아니라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장소로 인식하는 곰이 늘어나면, 도심 출몰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 습관이 됩니다.

곰이 숲을 떠난 것이 아니라, 숲의 먹이가 사라진 것

이번 현상을 곰의 개체 수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멸종 위기에 놓였던 흑곰은 산림 복원 사업 덕분에 미국 내 약 45만 마리까지 회복됐지만, 동시에 인간의 주거지는 야생동물 서식지 안쪽으로 계속 확장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자연 먹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주거지와 관광지가 숲 가까이 들어서면서 두 공간의 경계가 약해진 것입니다. 곰에게 인간의 집은 더 이상 멀리 떨어진 낯선 장소가 아니라, 굶주림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먹이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 처들어와 냉장고 털어도 말못합니다”…도심에 살림차리는 미국 곰들이라는 현상은 단순한 소동이 아닙니다. 가뭄과 이상기후, 서식지 확장, 부실한 쓰레기 관리가 겹쳐 나타난 생태계 변화의 신호입니다. 곰을 숲으로 돌려보내려면 먼저 숲이 다시 곰에게 충분한 먹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해야 합니다.

쿠키 한 봉지가 바꾼 공존의 경계: “집 처들어와 냉장고 털어도 말못합니다”…도심에 살림차리는 미국 곰들

곰에게 냉동 쿠키 한 봉지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닙니다. 숲에서 열매와 도토리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많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하게 만드는 강력한 경험입니다. 한 번 인간의 음식을 먹은 곰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코네티컷주의 암컷 곰 ‘화이트 포’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곰은 차고와 주택에 반복적으로 침입해 냉동 쿠키를 먹고 사과 사이더를 마셨습니다. 처음에는 우연한 침입처럼 보였지만, 손쉽게 먹이를 얻는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의 생활공간을 먹이 창고처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음식에 익숙해진 곰은 왜 위험해질까

야생 곰이 사람을 공격하려는 의도로 마을에 내려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합니다. 문제는 인간의 음식이 곰에게 지나치게 효율적인 먹이라는 점입니다.

쓰레기통, 새 모이통, 반려동물 사료, 바비큐 음식물은 물론 주택 안 냉장고까지 곰의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성공하면 곰은 사람과 가까이 있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학습합니다. 자연에서 먹이를 찾는 본능보다 주택가를 먼저 찾는 습관이 강해지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행동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미 곰이 주택가에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을 새끼가 따라 하면서, 특정 지역과 침입 경로가 학습될 수 있습니다. 결국 한 마리의 잘못된 먹이 습관이 여러 세대의 행동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곰을 사살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인간의 음식에 길든 곰은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으로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옮겨도 다시 주택가로 돌아오거나, 새로운 곳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곰이 주택과 차량에 계속 침입하면 당국은 주민 안전을 위해 포획이나 사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먹이를 제공하는 환경이 그대로라면 다른 곰이 다시 그 자리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곰을 만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곰이 인간의 음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데 있습니다.

  •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는 뚜껑이 단단히 잠기는 곰 방지용 용기에 보관합니다.
  • 야외에 반려동물 사료나 새 모이를 장시간 두지 않습니다.
  • 고기와 기름 냄새가 밴 쓰레기는 가능한 한 밀폐해 보관합니다.
  • 주택의 창문과 문을 닫고, 차 안에 음식이나 향이 강한 물품을 남겨두지 않습니다.
  • 지자체는 관광지와 주거지에 곰 방지 시설을 확대하고 수거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시설만 설치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주민과 관광객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곰은 여전히 먹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광객이 곰을 가까이에서 촬영하거나 먹이를 주는 행동은 곰에게 사람 주변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줍니다.

귀여운 구경거리가 아닌 생태계의 경고

곰을 발견했을 때는 가까이 다가가거나 사진을 찍지 말고, 조용히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곰을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이나 먹이 제공은 피하고, 주택가에서 곰을 목격했다면 지역 야생동물 관리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집 처들어와 냉장고 털어도 말못합니다”…도심에 살림차리는 미국 곰들이라는 장면은 곰이 특별히 대담해졌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자연 먹이가 줄어든 환경, 야생 서식지 안쪽까지 확장된 주거지, 관리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가 겹친 결과입니다.

곰과 인간의 공존은 곰에게 일방적으로 적응하라고 요구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쿠키 한 봉지와 쓰레기통 하나가 곰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면, 사람의 생활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곰이 인간의 집을 먹이 장소로 기억하기 전에, 인간이 먼저 그 문을 열어두지 않는 것이 공존의 출발점입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60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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