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이 스마트글라스를 쓰고 있다면 어떨까요? 그 렌즈가 나를 촬영하고 있는지, 촬영 사실을 알리는 표시가 가려지거나 무력화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제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불안은 온라인을 넘어 우리가 걷고 대화하는 일상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스마트글라스뿐만이 아닙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주변 상황을 스스로 보고 듣고 수집하는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이용자는 자신의 ‘대리인’이 어떤 개인정보를 어디서 가져와 어떻게 결합하고 활용하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동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AI 시대의 개인정보
기존 개인정보 처리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이용자가 특정 정보 수집에 동의하면 기업이 정해진 목적에 따라 이를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출장을 준비해 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이메일을 검색하고, 과거 결제정보를 활용해 호텔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AI는 이용자가 명시적으로 요청하지 않은 정보까지 수집하거나, 여러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의 성향과 특징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우려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의 ‘최소 수집’ 원칙과 단순한 동의 절차만으로는 AI의 자율적인 정보 처리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I 모델이 학습한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가 모델 안에서 잘게 나뉘고 여러 영역에 분산되면, 특정인의 정보를 정확히 찾아 제거하는 ‘언러닝’을 어떻게 구현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역시 국제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과제입니다.
강한 규제보다 먼저 제시하는 ‘연성 규범’
이처럼 새로운 위험이 나타났다고 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곧바로 모든 기술에 강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AI의 편익을 국민이 누리고, 국가의 기술 혁신이 이어지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시한 방향은 “AI 기술, 새 보호원칙 필요…무조건 규제부터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원칙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업이 지켜야 할 기준을 ‘연성 규범’으로 제시하고, 시장의 반응과 기술 변화를 살핀 뒤 필요한 경우 법제화하는 접근입니다.
스마트글라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메타 등 제조사와 제품 출시 전부터 개인정보 보호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사후에 위반을 적발해 제재하기보다,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스마트글라스의 특성을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안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미리 마련하는 방식입니다. AI가 우리의 삶을 대신하고 주변을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개인정보 보호 역시 사후 처벌 중심에서 벗어나 설계와 개발 단계까지 확장돼야 합니다.
규제보다 먼저 세우는 AI 시대의 안전망: AI 기술, 새 보호원칙 필요…무조건 규제부터 적용하진 않을 것
“출장을 준비해 달라”는 한마디에 AI 에이전트가 업무 이메일을 검색하고, 과거 결제정보를 활용해 호텔을 예약한다면 어떨까요? 편리함은 커지지만, 이용자는 AI가 어떤 정보를 언제 수집하고 어디까지 추론했는지 알기 어려워집니다. 기존의 단순한 동의와 정보 처리 방식만으로는 AI 시대의 개인정보 문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AI 기술, 새 보호원칙 필요…무조건 규제부터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을 ‘연성 규범’으로 제시하고, 시장의 반응과 기술 변화를 살핀 뒤 필요한 경우 법제화하겠다는 접근입니다. AI의 편익과 산업 혁신을 살리면서도 개인정보 보호의 기준을 마련하려는 전략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글라스입니다.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글라스는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삼성전자와 메타 등 제조사와 제품 출시 전부터 촬영 표시와 보호 대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방식보다, 설계 단계부터 개인정보 보호를 반영하는 ‘프라이버시 바이 디자인’에 가까운 방식입니다.
기업의 정보보호 투자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처리량과 위·수탁 관계가 함께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고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여러 겹의 보안 장치를 갖추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전체 IT 투자 가운데 정보보호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6%로, 미국의 13%에 비해 낮다는 점은 기업이 보안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이유를 보여줍니다.
다만 원칙을 세우고 집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현실은 과제로 남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는 지난해 447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432건이 접수됐지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인력은 39명에 그칩니다. 정원 51명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AI와 스마트기기 관련 새로운 이슈까지 대응하려면 전문 인력과 조사 역량을 함께 확충해야 합니다.
AI 시대의 안전망은 규제 하나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기술을 만드는 기업의 선제적 보호 조치,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투명성, 변화에 맞춰 원칙을 조정하는 감독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혁신을 막지 않으면서 사생활을 지키는 균형점은, 기술이 일상에 들어오기 전에 어떤 보호 장치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0630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