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보다 더 매끄럽고 그럴듯한 문장을 순식간에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소설가 김연수는 그럴듯함만으로 문학이 완성되지는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가 AI가 내놓는 답을 ‘독이 든 사과’에 비유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유용하지만, 그 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연수가 발견한 AI의 결정적 한계는 스스로 질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아무리 낯설고 이상한 말을 던져도 AI는 그 말의 이유를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입력된 정보를 조합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내놓을 뿐입니다. 반면 문학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행동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근원을 끝까지 파고드는 과정입니다.
그렇다고 김연수가 AI를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일상에서 AI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집필 방식에 맞춘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문장을 다듬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구상하는 창작의 핵심만큼은 AI에 맡기지 않습니다. 결과는 그럴듯해도,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추적하기 어렵고 잘못된 부분을 함께 고쳐나가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완성된 문장만이 아닙니다. 한 문장을 의심하고, 다시 고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발견하는 경험이 작품을 성장시킵니다. 김연수에게 AI는 강력한 도구일 수 있지만, 질문을 멈춘 순간 문학의 본질과는 멀어집니다.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끝까지 답을 찾아가는 일은 인간 작가의 몫으로 남습니다.
상처 난 세계를 다시 살게 하는 이야기: 소설가 김연수, “AI가 내놓는 답은 독이 든 사과와 같죠”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은 그림의 구멍이 어느 순간 눈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훼손된 흔적은 더 이상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이전에는 없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장면이 됩니다. 김연수의 신작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가 바라보는 세계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표제작은 이수지 작가의 동명 그림책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구멍 난 삼일포 그림을 원래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하지 못하자, 남겨진 흔적이 마치 눈처럼 보이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상처를 감추거나 없애는 대신, 그 상처를 품은 채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나는 순간입니다.
김연수에게 이야기는 삶의 비극을 단순히 설명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은 죽음과 실패, 상실을 그저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이야기를 만듭니다. 같은 사건도 어떤 서사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절망이 되기도 하고,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문학과 AI의 차이도 분명해집니다. “AI가 내놓는 답은 독이 든 사과와 같죠”라는 소설가 김연수의 말처럼, AI는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상처 입은 삶을 오래 들여다보며 그 의미를 함께 찾아가지는 못합니다. 질문을 멈추지 않고, 쉽게 해답을 내리지 않으며, 알 수 없는 마음의 깊이까지 파고드는 일은 인간의 몫입니다.
김연수가 이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집’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완벽한 세계가 아니라, 금이 가고 흔들리더라도 누군가 머물 수 있는 이야기. 《눈 내리는 삼일포》는 바로 그곳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사람이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적는 데서 멈추지 않고, 비극 속에서도 어떻게 한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69420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