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체 냉매를 압축하고 팽창시키는 방식은 오랫동안 냉각 기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익숙한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연구되던 고체 소재에 압력을 가해 열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새로운 냉각 기술이 산업 현장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에너지 스타트업 파스칼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서진영 박사는 압력 변화에 반응하는 고체 재료에 주목했습니다. 기존 냉각장치가 기체 냉매를 압축·팽창시키는 것과 달리, 파스칼의 기술은 고체 냉매에 압력을 가해 열을 이동시킵니다. 냉매 누출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면서 냉각 효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방식입니다.
서 박사는 연구 성과를 논문 속 발견에 머물게 하지 않기 위해 2023년 동료들과 파스칼을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작은 냉각장치를 통해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상업용 냉장고와 음료 냉각 시스템으로의 적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에어컨과 산업용 열관리 시스템까지 활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연구실의 소재를 실제 제품으로 바꾸는 과정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반복적인 압력 변화에도 소재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제조 비용과 장치의 크기, 상용화에 필요한 생산 공정도 확보해야 합니다. 서 박사가 한국 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공동개발 및 생산 협력을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한 ‘35세 미만 혁신가’에 서진영 박사와 정재원 연구자가 함께 이름을 올린 것은 이러한 도전의 의미를 보여줍니다. 정 연구자는 AI의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고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제우스(Zeus)’를 개발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두 사람 모두 기존 기술의 작동 방식을 다시 바라보고 더 효율적인 미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서진영 박사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는 분명합니다. 고체 냉매를 논문 속 소재가 아니라 실제 산업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만드는 것. 냉각의 기본 원리를 다시 설계하려는 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우리가 냉장고와 에어컨을 사용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더 빠른 AI보다 더 현명한 AI: MIT가 주목한 젊은 혁신가 서진영·정재원
AI가 단 몇 초 빨리 답하도록 만드는 데에도 보이지 않는 전력 비용이 따라붙습니다. 모델이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응답하도록 설정돼 있다면, 사용자는 체감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 절약을 얻는 대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AI의 성능을 속도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정재원 미시간대 박사과정 연구자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제우스(Zeus)’는 AI의 에너지 소비를 측정하고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정 연구자는 응답 속도를 조금 늦추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빠른 답변이 항상 더 나은 답변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AI 시스템은 필요한 만큼의 속도와 연산량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관점은 MIT가 주목한 젊은 혁신가 서진영·정재원이 보여주는 기술 혁신의 공통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서진영 파스칼 공동창업자 겸 CTO가 냉각 과정의 환경 부담을 줄이는 고체 냉매를 개발했다면, 정재원 연구자는 AI 운용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제시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다르지만, 두 기술 모두 더 적은 자원으로 더 큰 가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둡니다.
앞으로의 AI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빨리 답하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계산하고도 충분히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속도, 정확도, 전력 효율 사이의 균형을 설계하는 능력이 차세대 AI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196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