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어둠이 내려앉은 네팔 바그마티주 위어댐 부근 터널에서 구조대원의 다급한 외침이 울렸습니다. 잠시 뒤, 철근 기둥이 촘촘하게 세워진 터널 안쪽에서 중국인 루하이타오 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한국과 네팔 구호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터널 밖으로 걸어 나왔고, 곧바로 헬기로 이송됐습니다.
이번 구조는 단순한 생환 소식에 그치지 않습니다. 루 씨는 터널 인근에 생존자가 한 명 더 있을 가능성을 알렸고, 구조대는 그의 진술을 토대로 수색 범위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 소속 한국인 9명이 근무하던 현장과 가까운 곳입니다. 연락이 끊긴 한국인 직원들이 홍수 당시 터널이나 인근 시설로 대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구조대는 터널 내부 수색과 함께 드론을 활용해 파워하우스 인근과 대피 가능성이 제기된 옐로브리지 지역을 살피고 있습니다. 도로와 교량이 유실돼 지상 접근이 어려운 만큼, 생존자의 흔적이나 고립된 시설을 확인할 수 있는 드론 탐색은 중요한 수색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도 또 하나의 기적이 이어졌습니다. 토사와 암석에 매몰된 주택에서는 희미한 울음소리가 구조의 단서가 됐습니다. 네팔 경찰은 소리를 따라 무너진 집을 수색했고, 실종 8일 만에 60대 여성 찬디카 슈레스타 씨를 발견했습니다. 가족들이 이미 장례를 치른 뒤였다는 사실은 이번 생환이 얼마나 극적인 일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현장의 위험은 여전히 큽니다. 추가 산사태와 급류가 발생할 수 있고, 매몰된 구조물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생존자의 증언, 외부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 드론에 포착되는 미세한 흔적 하나하나가 수색대에는 소중한 단서가 됩니다.
네팔 발전소·마을서 속속 기적의 생환…한국인 9명 ‘희망의 불씨’로 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존이 인근에 또 다른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열고, 한 번의 구조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시 기다릴 힘을 주고 있습니다. 구조대는 터널과 발전소 주변, 대피 가능 지역을 차례로 확인하며 한국인 9명의 행방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적 이후에 남은 과제, 네팔 발전소·마을서 속속 기적의 생환…한국인 9명 ‘희망의 불씨’로 이어질 안전 시스템
한 사람의 생환은 기적이지만, 반복되는 피해를 막는 일은 시스템의 몫입니다. 네팔 대홍수 현장에서 중국인 노동자와 매몰된 네팔 여성이 잇따라 구조되며 한국인 9명의 무사 귀환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다른 지역의 수력발전소 공사장에서는 산사태로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희망적인 구조 소식과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교차하면서, 이제는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위험을 사전에 줄일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 건설 현장, 자연재해를 전제로 설계해야
이번 사고는 해외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가 평상시 작업 위험만 관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산악 지역의 수력발전소 공사장은 집중호우, 급격한 수위 상승, 산사태, 토석류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도로와 교량이 끊기면 구조대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지고, 통신 두절은 실종자의 위치 파악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따라서 사업 초기부터 다음과 같은 위험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 홍수·산사태·토석류 발생 가능성과 대피 경로
- 임시 숙소와 작업장의 위치 및 침수 위험
- 위성통신을 포함한 다중 비상연락망
- 현장 인력별 대피 확인 체계와 집결지
- 헬기·드론·구조장비의 투입 가능 여부
- 현지 기관과 본국 정부, 기업 간 공동 대응 절차
공사 진척도나 비용 절감보다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현장 인력의 생명과 대피 가능성입니다. 재난이 발생한 뒤 대책을 찾는 방식으로는 산악 지형과 급변하는 기상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드론 수색은 시작일 뿐, 현장 정보 체계가 핵심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가 터널 수색과 함께 드론 탐색을 병행한 것은 접근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기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보여줍니다. 드론은 사람이 바로 진입하기 위험한 지역의 지형과 잔해를 확인하고, 고립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넓게 살피는 데 유용합니다.
그러나 장비만으로 생존자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현장 구조도와 인력 배치표를 최신 상태로 관리하고, 작업자들의 이동 기록과 대피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신이 끊겨도 위치 정보를 남길 수 있는 장치와 정기적인 대피 훈련이 함께 마련돼야 수색의 속도와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한국인뿐 아니라 현지 노동자까지 포함한 안전 기준 필요
이번 재난을 계기로 해외 사업장의 안전 기준을 한국인 직원 중심으로만 설계해서는 안 됩니다. 발전소 공사장에서 일하는 현지 노동자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언어와 교육 수준의 차이는 대피 과정에서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작업 지시와 경보 체계를 현지 언어로 제공하고, 모든 노동자가 위험 신호와 대피 방법을 이해했는지 반복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현지 당국, 지역 주민, 협력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재난은 국적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안전 역시 국적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한국인 9명의 생환을 기다리는 수색은 계속돼야 합니다. 동시에 이번 일을 단순한 구조 사례로만 남기지 않으려면, 해외 건설 현장의 위험평가와 대피 체계, 통신·수색 장비, 기업과 정부의 책임 범위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기적은 사람을 살릴 수 있지만, 더 많은 생명을 지키는 힘은 반복 가능한 안전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45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