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 4번 출구 앞에서는 이색적인 쇼핑 동선이 펼쳐진다. 관광객들은 초대형 올리브영에서 마스크팩과 화장품을 고른 뒤, 횡단보도 하나를 건너 맞은편 약국으로 향한다. 평범한 동네 약국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피부 진단기와 외국어 안내판을 갖춘 ‘뷰티 특화 약국’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약국에서 찾는 것은 감기약만이 아니다. 여드름 치료제와 연고는 물론, PDRN·엑소좀 등 피부과 시술 후 관리에 활용되는 기능성 크림과 세럼까지 박스째 구매한다. 일부 특화 약국의 월 매출은 무려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약국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일반의약품과 약국 전용 더마 화장품을 한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사의 상담과 제품 설명이 더해지면서 외국인에게 약국은 단순한 의약품 판매점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K뷰티 매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뷰티 특화 약국 매출의 70~80%는 기능성 화장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이나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은 뒤 관리 제품을 구매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약국은 이제 관광 명소와 뷰티 편집숍 사이를 잇는 새로운 쇼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유통 대기업들이 시도했던 드러그스토어 모델은 의약품과 화장품을 한 매장에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약국은 올리브영식 셀프 진열과 상품 기획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약사 상담이라는 전문성을 앞세운다. 올영도 다이소도 아니었다…月 10억 버는 외국인 쇼핑 성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패한 드러그스토어의 유산, 약국이 다시 쓰는 성공 공식 — 올영도 다이소도 아니었다…月 10억 버는 외국인 쇼핑 성지
27년 전 올리브영은 매장 안에 약국을 들였다. 의약품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일본식 드러그스토어를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약국은 고객 유입에 큰 효과를 내지 못했고, 의약품은 약사가 관리해야 한다는 운영상의 한계도 분명했다.
왓슨스와 분스, 부츠 역시 같은 벽을 넘지 못했다. 화장품은 유통기업의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었지만, 의약품은 약사의 전문성과 독립적인 운영이 필요했다. 결국 올리브영은 의약품을 과감히 떼어내고 인디 화장품을 발굴하는 뷰티 편집숍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 선택은 전국 단위 상품 기획과 마케팅, 멤버십 데이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약국이 올리브영의 성공 방식을 흡수하고 있다. 개방형 진열대에 제품을 배치하고, 피부 진단기와 외국어 안내판을 설치하며, 관광객이 직접 상품을 비교하도록 매장을 구성한다. 병원 옆이 아니라 올리브영과 무신사 같은 뷰티 매장 옆에 자리 잡는 출점 전략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약국은 여기에 전문 상담을 더한다. 뷰티 편집숍에서 판매하기 어려운 일반의약품과 약국 전용 더마 화장품을 취급하고, PDRN과 엑소좀처럼 설명이 필요한 성분을 약사의 상담과 연결한다. 올리브영이 약국의 전문성을 받아들였다면, 이제 약국은 올리브영의 유통 문법을 배우는 셈이다.
이 결합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방식과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외국인들은 약국 제품을 일반 뷰티 상품보다 더 검증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피부 시술 뒤 관리 제품까지 한 번에 구매한다. 과거 실패한 드러그스토어의 유산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약국 중심의 K뷰티 플랫폼으로 다시 쓰이고 있는 것이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4515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