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고급 리조트로 기억되던 몰디브 공항에 매일 아침 러시아 국적 항공기가 착륙합니다. 비행기는 약 2시간 동안 화물을 실은 뒤 다시 러시아로 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짧은 환적 과정에서 오가는 물품은 무엇이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몰디브 수도 말레 공항을 거쳐 러시아로 이동하는 화물은 매년 수억 달러 규모에 이릅니다. 단순한 소비재뿐 아니라 마이크로칩, 정밀 광학기기, 항공우주용 리벳과 볼트 등 군사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 포함됐다는 분석입니다.
이 물품들은 러시아 항공사와 서방 제재 대상 기업으로 흘러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민간 장비와 미사일 유도 시스템에 함께 사용될 수 있는 부품까지 거론되면서, 몰디브가 러시아의 제재 회피망 일부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커졌습니다.
배경에는 환적 화물에 대한 제한적인 검사와 세관 인력 부족이 지목됩니다. 몰디브 현지 기업이 운송장을 변경하거나 화물을 다른 항공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최초 수출 기업 정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서류와 물류 경로가 바뀌면 최종 목적지를 추적하기가 한층 어려워집니다.
몰디브가 이 흐름을 쉽게 차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공항공사는 화물 취급 수수료와 항공유 판매로 수익을 얻고 있으며,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몰디브를 찾는 주요 관광객 국가입니다. 관광과 물류 수익 모두 러시아와 연결돼 있는 만큼, 몰디브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요구와 경제적 이해관계 사이에서 곤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중국·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 같은 대형 우회 경로와 비교하면 몰디브를 통한 물동량은 아직 작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 네트워크가 대형 무역국가뿐 아니라, 세계적인 휴양지의 공항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126톤의 화물과 관광객 사이에서 흔들리는 몰디브의 선택 — ‘신혼여행 성지’ 이 나라가 어쩌다…외신 “러시아 제재 피하는 물품 거점 역할”
하루 화물 운송량이 역대 최고치인 126톤에 이르렀습니다. 몰디브공항을 오가는 물류가 단순한 환적을 넘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입니다. 공항공사는 화물 취급 수수료와 각종 상업 수수료를 받고, 항공유까지 재판매하며 2024년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 화물 가운데 일부가 러시아의 서방 제재를 우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칩과 광학기기, 항공우주용 리벳·볼트처럼 민간과 군사 분야 모두에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이 몰디브를 거쳐 러시아로 이동한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환적 과정에서 운송장 정보가 바뀌고, 세관 인력 부족으로 물리적 검사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몰디브 정부가 쉽게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관광산업에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몰디브를 찾는 관광객이 많은 국가로 꼽힙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돼 관광객이 줄어들면 리조트와 항공, 현지 서비스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물 운송 수익과 관광객 유입 모두 포기하기 어려운 현실인 셈입니다.
결국 몰디브는 공항 수익과 관광산업을 지키려는 경제적 필요와 국제사회의 제재 이행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몰디브를 통한 물동량은 중국·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 같은 주요 우회 경로보다 작지만, 이 사례는 러시아의 제재 회피망이 휴양지까지 뻗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평가됩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439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