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관세와 반도체를 넘어 무역 질서와 인공지능(AI) 규범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APEC 의장국이라는 다자 무대를 활용해 자유무역과 AI 협력의 방향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습니다. 21개 회원경제와 APEC 사무국 관계자 등 3000여 명이 모인 다롄 고위관리회의는 그 전략을 구체화하는 핵심 관문입니다.
중국이 먼저 꺼내 든 카드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5월 APEC 통상장관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FTAAP 관련 별도 성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각 회원경제가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고, 회원국 상황에 맞는 유연한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FTAAP는 APEC 전체를 포괄하는 장기 자유무역 구상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관세와 산업 보조금,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유무역과 역내 경제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섭니다. 보호무역에 맞서는 대안을 제시하며 아시아태평양 경제 질서에서 의제 설정권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AI와 디지털 경제 역시 중국이 주도권을 노리는 분야입니다. 중국은 APEC 디지털 위크 논의를 토대로 AI와 디지털 경제에 관한 별도 성과 문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AI 활용과 회원경제 간 협력 원칙을 다자 틀 안에서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중국이 자유무역과 AI를 함께 제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무역 규칙과 기술 규범은 서로 분리된 의제가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과 공급망의 방향을 결정하는 연결된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개발도상 경제체의 성장 수요, 중소기업 지원, 에너지 접근성, 직업훈련 등을 함께 강조하며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다롄 회의에서 논의된 의제는 오는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중국은 FTAAP, AI·디지털 경제, 연결성, 포용적 성장을 담은 ‘선전 선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언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는 회원경제 간 입장 차이에 달려 있지만, 중국이 올해 APEC을 통해 새로운 경제·기술 규칙을 선점하려는 의도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선전 선언, 아시아태평양 질서를 바꿀 수 있을까: APEC서 자유무역·AI 규칙 주도권 노리는 中
다롄 회의는 끝이 아니라 11월 선전 APEC 정상회의를 향한 전초전이다. 중국은 정상회의 최대 성과물로 ‘선전 선언’을 준비하고 있으며, 다음달 하순 회원 경제체에 초안을 배포할 예정이다. 선언에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AI·디지털 경제, 연결성, 포용적 성장 등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FTAAP와 AI 협력을 하나의 다자 의제로 묶는 전략이다. FTAAP는 APEC 전체를 포괄하는 장기 자유무역 구상으로, 중국은 회원 경제체의 참여 역량을 높이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관세와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유무역과 경제통합을 앞세워 역내 의제 설정권을 확보하려는 셈이다.
AI와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는 규칙과 협력 원칙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APEC 디지털 위크 결과를 토대로 별도 성과 문서를 마련하고, AI 활용과 디지털 전환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할수록 APEC의 다자 협력 틀을 활용해 중국의 구상을 역내 기준으로 확산하려는 동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선전 선언이 곧바로 구속력 있는 규범이나 통합된 자유무역협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APEC은 회원 경제체의 발전 수준과 이해관계가 크게 다른 협의체인 만큼, FTAAP의 세부 방식과 AI 데이터·기술 협력의 범위를 둘러싼 조율이 필요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 경제체가 중국 주도의 표현과 방향에 얼마나 동의할지도 변수다.
중국은 개발도상 경제체와 중소기업, 에너지 접근성, 직업훈련을 강조하며 선언의 포용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AI를 성장 의제로 제시하는 동시에 각국의 현실적인 수요를 반영해 폭넓은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결국 선전 선언의 영향력은 문구보다 후속 실행에 달려 있다. 선언이 FTAAP 논의를 구체화하고 AI·디지털 협력의 공통 원칙을 제시한다면 APEC은 단순한 경제협력체를 넘어 미·중 규칙 경쟁의 새로운 무대로 부상할 수 있다. 선전 정상회의는 중국이 제시한 질서 구상이 역내 합의로 확장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89914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