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이 발언은 큰 논란을 불렀다. 폭락장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주식 매수를 권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평가는 달라졌다. 당시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했다면 투자금은 현재 약 30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정 종목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당시의 낙관론은 놀라운 적중으로 남았다. 온라인에서는 “그때 대통령 말 들을걸…삼전 30배·서울 집 3배 탄식”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폭락장에서는 기회보다 공포가 먼저 보인다
지금 돌이켜보면 2008년은 명백한 매수 기회처럼 보인다. 그러나 당시 투자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전혀 달랐다. 글로벌 금융기관이 무너지고 기업 실적이 악화됐으며,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는 자산 가격이 충분히 낮아졌는지보다 손실이 더 커질지를 먼저 걱정한다. 결국 많은 사람은 반등이 확인된 뒤에야 시장에 들어가고, 그때는 이미 가장 큰 기회가 지나간 뒤인 경우가 많다.
집값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70% 수준인 현 상태에서 30%만 더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말했을 때도 반발이 거셌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며 사실상 ‘빚내서 집을 사라’고 부추긴다는 비판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5억원 안팎에서 15억원 안팎으로 상승했다. 당시 집을 매수한 사람에게는 자산을 늘릴 기회였지만, 집을 사지 못한 사람에게는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종잣돈이 세 배 가까이 커진 현실로 돌아왔다.
문제는 당시에도 주택 구매가 결코 안전한 선택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가격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고, 높은 금리와 불확실한 경기 전망도 부담이었다. 누구도 미래의 상승 폭을 확신할 수 없었다.
뒤늦은 탄식이 남기는 교훈
“그때 샀어야 했다”는 후회는 결과를 알고 난 뒤에야 가능한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서울 아파트가 크게 올랐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모든 주식과 모든 주택이 같은 수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다. 당시의 선택에는 가격 하락, 금리 부담, 실직 위험, 대출 상환과 같은 현실적인 위험이 함께 존재했다.
그럼에도 과거의 사례가 보여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이 가장 불안할 때는 자산 가격보다 공포가 더 크게 움직이며, 모두가 확신을 가질 때는 이미 가격이 상당 부분 올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요한 것은 무리한 베팅이 아니라 자신의 자금 여력과 감당 가능한 위험 안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결국 전설이 된 한마디는 당시에는 정답처럼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불확실한 현재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했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선택의 결과를 확인했다. 그래서 오늘의 시장을 바라볼 때도 “무엇이 오를까”만큼이나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주식은 무너지고 집은 멀어졌다…‘그때 대통령 말 들을걸…삼전 30배·서울 집 3배 탄식’이 민심이 된 이유
과거의 기회를 놓친 청년층 앞에 남은 것은 폭등한 집값과 급락한 주식시장이다. 10여 년 전에는 “그때 집을 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뒤늦게 커졌고, 최근에는 주식시장마저 크게 흔들리며 “그때 대통령 말을 들을걸”이라는 탄식이 온라인을 넘어 민심의 언어가 되고 있다.
코스피 급락이 키운 청년 투자자의 불안
최근 증시 급락은 자산을 늘릴 기회로 주식시장에 뛰어든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타격이 됐다. 코스피는 이틀 동안 10% 넘게 추락했고,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같은 기간 증발한 시가총액은 865조원에 달했다.
특히 신용융자를 이용한 20·30대의 손실은 더욱 컸다. 지난 3월 국내 대형 증권사 2곳의 개인투자자 계좌를 분석한 결과, 신용융자를 활용한 20대와 30대의 수익률은 각각 -17.8%, -18.2%였다. 신용융자를 이용하지 않은 같은 연령대의 손실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주식이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자산 형성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집값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랐고, 적은 종잣돈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자산은 제한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증시 급락이 겹치면서 청년층의 상실감은 더욱 커졌다.
서울 집값 상승이 만든 ‘뒤늦은 진입’의 벽
부동산 시장의 격차는 더 오래되고 구조적이다. 2014년 당시 약 5억원 안팎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최근 15억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자산 증가였지만, 당시 매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내 집 마련에 필요한 자금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현재 39세 이하 청년층의 거주 주택 보유율은 27.7%에 그친다. 반면 60세 이상은 68.5%로, 세대 간 격차가 40%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박탈감은 단순히 “집을 못 샀다”는 아쉬움에 그치지 않는다. 먼저 집을 산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 사이의 자산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현실에 가깝다.
이 때문에 과거의 발언을 담은 영상과 게시물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 당시에는 “빚내서 집을 사라는 것이냐”, “대통령이 주식 투자를 권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컸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자 과거의 선택을 되돌아보는 반응이 쏟아지는 것이다. 다만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에도 시장의 위험과 불확실성은 분명히 존재했다.
자산시장 불안이 정치적 불만으로 번지는 과정
집값과 주가의 움직임은 개인의 재산 상태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에게 주택가격 상승은 생활비 부담과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고, 주식 투자 손실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약화시킨다. 결국 “열심히 일해도 따라잡기 어렵다”는 감정이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44%로 직전 조사보다 7%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46%로 상승했다. 특히 대통령 직무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1위로 꼽혔다. 기존 지지 기반인 진보층에서도 긍정 평가가 하락했고, 20·30대의 부동산 정책 평가 역시 부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물론 지지율 하락을 집값과 증시 변동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 상황, 정책 전반, 정치적 이슈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그러나 자산시장이 흔들릴 때 국민이 정부의 정책 역량을 더욱 예민하게 평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청년층에게 주거와 자산 형성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결국 “그때 대통령 말 들을걸…삼전 30배·서울 집 3배 탄식”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니다. 누구는 상승장에 올라탔고 누구는 진입 기회를 놓쳤다는 세대 간 경험의 차이, 뒤늦게 시장에 참여한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 그리고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는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압축된 표현이다. 집값 안정과 공정한 자산 형성 기회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자산시장의 흐름은 앞으로도 정치적 민심과 밀접하게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42023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