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북, 한국 공예의 언어 정(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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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by 한국경제

죽부인은 뜨거운 여름밤을 견디게 했고, 옻칠은 기물을 습기와 벌레, 시간의 손상으로부터 지켜냈습니다. 이처럼 한국 공예는 단순히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데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계절을 나고, 살림을 꾸리고, 소중한 것을 오래 보존하려는 생활의 지혜가 손끝을 통해 형태를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수천 년에 걸쳐 이어진 이 생활 지혜와 아름다움을 하나로 묶는 한국 공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는 그 답을 ‘정(情)’이라는 감각에서 찾습니다. 정은 사람과 사물, 시간과 공간 사이에 쌓이는 관계의 감정입니다. 쓰임을 다한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고쳐 쓰며, 손으로 만든 흔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이기도 합니다.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북 《정: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정신》은 이러한 감각을 과거의 유물에만 가두지 않습니다. 소반과 나전칠기, 백자 달항아리부터 현대 작가들의 가구와 섬유 작업까지 폭넓게 살피며 한국 공예가 어떻게 오늘의 삶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줍니다. 한국 공예의 언어 정(情)은 결국 재료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 사람과 삶을 오래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과거의 물건에서 오늘의 디자인으로: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북, 한국 공예의 언어 정(情)

175점의 작품과 약 3000년에 걸친 한국 공예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난다.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가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사 파이돈과 함께 만든 《정: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정신》은 공예를 과거의 유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소반과 달항아리, 노리개와 전통 의복에서 출발해 오늘날의 아트 퍼니처와 현대 디자인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통해 한국 공예가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책은 ‘먹고 마시기’, ‘살림하고 정리하기’, ‘쉬기’, ‘입기’, ‘의례와 놀이 및 꾸미기’라는 다섯 가지 삶의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조선 시대 식사 문화를 담은 소반은 현대적인 인테리어 오브제로 새롭게 해석되고, 자연스러운 비대칭이 아름다운 백자 달항아리는 동시대 작가의 감각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 전통 의복의 선과 구조는 슬리퍼와 실크 의상으로 이어지며, 노리개와 말총공예 같은 전통적 요소는 새로운 재료와 형태 속에서 확장된다.

이 여정에서 과거와 현재는 단절되지 않는다.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오늘의 생활과 감각에 맞게 변주하고 이어가는 과정이 강조된다. 한국 공예의 아름다움은 완벽하게 다듬어진 형태에만 있지 않다. 손끝에 남은 시간, 재료의 결, 쓰임을 배려한 지혜, 그리고 물건에 마음을 보태는 정(情)에 깃들어 있다.

특히 책 자체가 한국 공예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섯 개의 구멍에 굵은 실을 꿰어 엮는 전통 제본 방식인 ‘오침안정법’을 적용해 책장을 넘기는 동작에도 공예적 감각을 담았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독자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재료와 손의 흔적을 따라가는 경험자가 된다.

이처럼 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북은 한국 공예의 언어 정(情)을 물건과 이미지, 책의 구조 속에 함께 담아낸다. 과거의 생활용품부터 오늘의 디자인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한국 공예가 박물관 안에 머무는 전통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과 함께 계속 진화하는 문화임을 일깨운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1608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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