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2년 전만 해도 고프로는 액션캠 시장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2014년 기업공개 당시 주당 공모가는 24달러였지만, 같은 해 10월 주가는 98.47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공모가의 약 네 배에 달하는 상승폭이었고, 시가총액은 한때 120억 달러에 육박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고프로의 기업가치는 3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고프로는 미국 광통신 업체 스타맨옵티컬과 2억8500만 달러 규모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으며, 스타맨은 합병 후 회사 지분 약 90%를 확보하게 됩니다. 형식은 합병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고프로의 경영권을 넘기는 매각에 가깝습니다.
스마트폰과 중국 경쟁사의 협공
고프로의 몰락은 단순히 판매 부진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이 별도의 소형 카메라를 구매할 필요성이 줄었습니다. 일상적인 여행이나 영상 촬영은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DJI와 인스타360 같은 중국 업체들이 뛰어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고프로가 개척한 액션캠 시장에 경쟁사들이 잇따라 진입하면서 제품 차별성은 약해졌고, 가격 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였습니다.
한때 ‘고프로’라는 이름 자체가 액션캠의 대명사였지만,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시장을 지키기 어려웠던 셈입니다.
매출 감소와 원가 상승이 만든 자금난
실적 악화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고프로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억49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1% 감소했습니다. 상반기 매출 역시 2억40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대비 28.9% 줄었습니다.
생산비 부담도 커졌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카메라 제조 원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중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원가까지 오르자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결국 고프로는 대출 계약상 재무약정을 위반했고, 채권단으로부터 일부 면제를 받는 대신 180일 안에 대출 상환이나 회사 매각을 추진해야 했습니다. 스타맨과의 합병은 이러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사실상의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액션캠 기업에서 광학·방산 기업으로
이번 거래가 단순한 구제금융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사업 재편에 달려 있습니다. 스타맨옵티컬은 AI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를 개발하는 광학·포토닉스 업체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광통신 장비를 주력으로 합니다.
스타맨은 고프로가 보유한 2500개 이상의 미국 특허와 광학·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기존 소비자용 카메라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방산, 항공우주 분야에 진출한다는 구상입니다.
따라서 고프로의 미래는 더 이상 액션캠 판매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타맨의 광통신 기술과 고프로의 이미징 역량이 실제 제품과 매출로 연결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 전환에 실패한다면, 한때 120억 달러에 달했던 기업가치가 무너진 사례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몸값 120억달러서 3억달러로’ 액션캠 제왕 고프로의 몰락…中 제품에 밀려 사실상 매각절차, AI·방산 기업으로의 변신 가능성
고프로를 인수하는 스타맨옵티컬은 액션카메라 제조사가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광트랜시버를 개발하는 광학·포토닉스 기업입니다. 광트랜시버는 데이터센터 내부의 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바꿔 대용량 정보를 빠르게 전송하는 장비로,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고프로의 소비자용 카메라 사업을 단순히 되살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스타맨은 고프로가 보유한 2500개 이상의 미국 특허와 광학·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AI 인프라, 방산, 항공우주 분야로 사업을 넓히겠다는 구상입니다. 고프로의 소형 카메라 설계, 영상 처리, 렌즈 기술이 산업용 센서나 무인 시스템, 국방용 이미징 장비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미국 내 첨단 제조 역량을 확보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스타맨은 뉴저지주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광학·통신 하드웨어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프로의 기술 자산과 스타맨의 광통신 사업이 결합하면, 기존 액션캠 브랜드를 넘어 미국 중심의 이미징·광학 솔루션 기업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적 시너지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프로의 특허와 소비자용 카메라 기술이 AI 데이터센터용 광트랜시버나 방산 장비에 실제로 얼마나 적용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시장은 기술 인증과 납품 실적을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스타맨 역시 사업 규모와 재무 성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결국 이번 합병은 고프로의 장례식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액션캠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에 밀려 ‘몸값 120억달러서 3억달러로’ 추락한 브랜드가 과거의 영광만 되찾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카메라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내려놓고 AI 인프라와 방산·항공우주 시장에 맞는 기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42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