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아리랑’ 무대에서 BTS 뷔의 손가락을 장식한 녹색과 검은색 옥반지 일곱 개가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 옥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할머니 세대의 전통 장신구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강렬한 개성을 드러내는 현대적인 주얼리로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예작쥬얼리 측도 공연 직전까지 뷔가 반지를 착용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데 있습니다. 공연 이틀 전, BTS 스타일리스트 측으로부터 협찬 요청 이메일을 받은 이진욱 대표는 매장에 있던 제품을 빠르게 모았습니다. 도깨비 반지, 실버라이닝, 모던 시그닛 등 10여 종, 색상까지 포함해 30개가 넘는 옥반지를 보냈습니다.
선택 기준은 전통적인 가락지보다 무대에서 개성이 잘 드러나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옥의 색과 형태가 가진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 짙은 초록색과 검은색은 물론, 현대적인 실루엣의 제품까지 다양하게 구성했습니다.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옥이 이렇게 힙할 수 있을까’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뷔는 여러 제품 가운데 예작의 옥반지 일곱 개를 양손에 나눠 착용했습니다. 얼굴 가까이 손을 올리는 안무와 제스처가 이어질 때마다 반지는 화면에 선명하게 포착됐고, 서로 다른 색과 디자인을 겹쳐 낀 스타일링은 옥을 새롭게 해석한 장면이 됐습니다.
이후 국내외 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뷔가 착용한 조합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주문이 이어졌고, 예작 매장에는 반지를 직접 껴보려는 젊은 고객과 해외 관광객이 몰렸습니다. 매장에는 실제로 뷔가 착용했던 일곱 개의 반지가 별도 전시될 정도로 상징적인 존재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반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예작은 얇은 옥반지와 다양한 색상, 미니멀한 디자인을 앞세워 오래전부터 옥을 일상적인 주얼리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뷔의 손끝은 그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준 가장 강렬한 무대였던 셈입니다.
유행을 문화로 바꾼 작은 혁신: BTS 뷔가 착용한 그 옥반지…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뷔가 옥반지 일곱 개를 착용한 뒤 주문이 폭증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가업의 존립마저 흔들리던 한 옥 전문점이, 젊은 고객과 세계 각국의 여행객이 찾는 브랜드로 변신하는 과정이 먼저 있었던 것입니다.
예작쥬얼리의 출발점은 1986년 서울 회현 지하상가였습니다. 창업자인 할머니는 옥 원석과 나석을 수입·도매했고, 이후 아버지가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옥 장신구를 예술 작품처럼 만들겠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름처럼, 예작은 오랫동안 옥을 전문적으로 다뤄온 가업이었습니다.
그러나 2006년 무렵부터 시장에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염색이나 착색 처리를 한 비취가 천연 비취로 둔갑해 유통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무너진 것입니다. 예작 역시 값싼 처리 제품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했고, 거래처와 매출은 크게 줄었습니다. 2019년에는 가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커졌습니다.
전환점은 온라인에서 찾았습니다. 2020년 SNS를 시작한 데 이어 2021년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열면서 예작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영문 자사 몰과 구글 지도까지 구축하며 국내 고객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과도 접점을 넓혔습니다.
작은 혁신은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천연 옥은 같은 색상이라도 원석마다 색, 패턴, 투명도, 두께가 다릅니다. 예작은 이를 단순히 ‘천연석의 특성’이라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고를 하나씩 분류하고 개별 촬영했습니다. 고객이 화면 속 제품과 실제 배송될 제품의 차이를 걱정하지 않도록 선택의 불확실성을 줄인 것입니다.
색을 구체적인 취향의 언어로 바꾼 것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같은 스카이블루 계열이라도 두께에 따라 ‘슬림’과 ‘슈퍼 슬림’으로 나누고, 초록빛이 섞이면 ‘아쿠아그린’, 두 색이 함께 보이면 ‘스카이블루·아쿠아그린 믹스’로 구분했습니다. 미묘한 색 차이를 단점이 아닌 선택지로 바꾸자, 낯설었던 옥은 훨씬 친근한 보석이 되었습니다.
디자인 역시 전통의 형태를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2.5~3mm 안팎의 얇은 반지, 일상복에 어울리는 미니멀한 디자인, 피부톤과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습니다. 전통적인 가락지의 의미는 남기되, 오늘의 옷차림과 생활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다시 설계한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된 브랜드에 BTS 뷔의 무대가 더해졌습니다. 스타일리스트의 요청에 맞춰 보낸 30여 개의 옥반지 가운데 뷔는 서로 다른 색과 디자인의 반지 일곱 개를 양손에 나누어 착용했습니다. 카메라가 손끝을 비출 때마다 옥반지는 전통 장신구가 아니라 강렬한 무대 스타일의 일부로 보였습니다.
이후 국내외 주문이 급증했고, 뷔의 착용 조합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팬들이 매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스타의 영향력만으로 이 흐름이 오래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젊은 고객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며, 해외 고객이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둔 준비가 있었기에 유행은 문화로 확장될 수 있었습니다.
예작의 사례는 오래된 소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얻을 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옥은 더 이상 특정 세대만의 보석이 아닙니다. 색을 고르고, 여러 개를 겹쳐 착용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현대적인 주얼리로 다시 해석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04932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