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해열제 18알을 한꺼번에 삼킨 뒤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게임회사 4곳에 요구한 손해배상액은 고작 10위안, 우리 돈 약 2000원이었습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면, 이 소송이 정말 묻고 싶은 책임은 무엇일까요?
중국 허난성에 사는 친 씨는 아들의 약물 과다복용 사건 이후 텐센트, 넷이즈, 미호요, 37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아들은 당시 만 18세로, 발열 증상이 없었는데도 해열제 18알을 복용한 뒤 심한 구토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친 씨는 아들의 행동이 수년간 이어진 게임 과몰입과 관련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들은 주말마다 새벽까지 게임을 했고, 체중이 약 10㎏ 감소할 정도로 생활 리듬이 무너졌습니다. 한 게임 플랫폼 기록에는 2024년 3월 이후 총 1868시간을 이용한 흔적도 남아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문제 삼는 핵심은 단순히 게임을 많이 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중국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특정 요일과 시간대로 제한하고 있지만, 아들은 성인인 누나의 신분증을 이용해 규제를 우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친 씨는 게임회사들이 얼굴인식 등 신원 확인 기술을 갖추고도 미성년자 이용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10위안은 실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금액이라기보다 상징적인 청구액에 가깝습니다. 친 씨가 법원에 요구하는 것은 “게임회사가 청소년의 과몰입을 예방할 책임을 다했는가”에 대한 판단입니다. 게임 이용자의 신원을 얼마나 철저히 확인했는지, 위험 신호가 나타났을 때 어떤 보호 조치를 취했는지 공개적으로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소송만으로 게임회사들의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게임 과몰입과 아들의 극단적인 약물 복용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재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게임을 개인의 자제력 문제로만 볼 것인지, 플랫폼 운영자의 예방 책임까지 함께 물을 것인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2000원 소송’에 담긴 아버지의 절박함은 배상금의 크기에 있지 않습니다. 자녀가 무너지는 동안 기업과 제도가 무엇을 확인하고 막았어야 했는지,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데 있습니다.
신분증 한 장으로 뚫린 보호 장치…‘中 온라인 게임사에 ‘2000원’ 손해배상 소송 건 아버지…무슨 사연?’의 핵심 쟁점
중국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만 18세 미만 이용자는 금요일과 주말, 법정 공휴일에만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제도만 놓고 보면 청소년의 장시간 게임 이용을 막을 촘촘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입니다.
문제는 본인 확인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입니다. 친 씨의 아들은 성인인 누나의 신분증을 이용해 게임 계정을 만들었고, 그 결과 이용 시간 제한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임회사들이 얼굴인식과 이용자 식별 기술을 갖추고도 이 과정을 걸러내지 못했다면, 보호 장치가 실제 이용자 앞에서 작동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책임이 게임회사에만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용자가 타인의 신분증을 사용한 행위, 가족 구성원이 계정 관리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점, 과몰입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환경까지 함께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임회사가 모든 이용자의 생활 습관과 정신건강 상태를 직접 통제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게임회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합리적으로 수행했는지가 핵심입니다.
- 계정 가입 시 신분증과 실제 이용자의 일치 여부 확인
- 반복적인 접속 패턴이나 비정상적인 이용 시간 감지
- 얼굴인식 재확인 및 보호자 알림 시스템 운영
- 장시간 이용자에게 휴식과 상담 정보를 제공
- 미성년자 계정 도용이나 명의 대여를 차단할 수 있는 신고 절차 마련
이번 소송에서 친 씨가 청구한 금액은 10위안, 우리 돈 약 2000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회사가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하는지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려는 데 있습니다. 아들의 약물 과다복용이 게임 과몰입 때문에 발생했다고 법적으로 인정될지는 별도의 쟁점이지만, 신분증 한 장으로 규제가 무력화되는 구조 자체는 분명한 점검 대상입니다.
결국 책임의 기준은 “게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는 “회사가 모두 막았어야 했다”는 식의 단순한 결론이 아닙니다. 이용자와 가족의 주의, 게임회사의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정부의 감독 체계가 함께 작동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게임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면서도 취약한 이용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13396
